[2021년 11월 26일] 여의도부터 지역까지 성평등 의회를 위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요구

여세연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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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 '정치에서의 여성폭력'에 실린 요구안과 동일합니다.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ㅃㅃ!
여의도부터 지역까지 성평등 의회를 위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요구

 

2018년 미투운동은 한국사회의 성차별과 성폭력이 구조적으로 뿌리 깊게 존재하는 현실을 드러냈고, 정치영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광역자치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가 드러났고,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대구, 경북, 전북 등 지역 여성의원들은 미투운동에 동참하여 남성의원들이 그동안 해왔던 성희롱 발언을 폭로했습니다. 

 

2018년 이후 한국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고, 정치권은 성폭력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왔을까요? 진전이 있기는 했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2018년 미투운동 속에서 충남도지사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밝혀진 지 3년도 되지 않아 부산과 서울 도지사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드러났습니다. 유사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은 권력형 성폭력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이를 정쟁의 수단으로만 사용했고,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backlash) 흐름에 편승해 여성가족부 폐지와 할당제 폐지, 무고죄 강화 등을 여성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내세우며, 성별에 따른 구조적 차별과 폭력 문제를 덮어두려 하고 있습니다. 

 

듀브라브카 시모노비치(Dubravka Šimonović) 유엔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은 “지금까지 정치영역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폭력 문제에 충분히 집중했다고 할 수 없”으며, 정치에서의 여성폭력은 “여성의 인권과 정치적 권리에 대한 침해일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될 수 있는 다른 시각과 아이디어들을 제한함으로써 정책이 산출하는 결과를 감소시키며, 다른 여성들과 소녀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한다”며,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근절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국제사회는 정치에서의 여성폭력을 여성의 정치 참여와 대표성 확대, 그리고 성평등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모색해오고 있습니다.

 

2012년, 국제의회연맹(IPU)은 총회에서 「성인지 의회를 위한 행동강령」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면서 의회 조직과 활동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정치참여 권리를 가진다는 원칙을 천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① 여성 의원 수 확대, ② 성평등 입법과 정책 강화, ③ 모든 의회 활동에 대한 성평등 주류화, ④ 성인지적 하부조직 설립과 의회 문화 개선, ⑤ 성평등 실현에 대한 남녀의원들의 책임 공유 강화, ⑥ 정당의 성평등 역할 제고, ⑦ 의회 직원들의 성인지성과 성평등 의식 강화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였으며, 2030년까지 이에 대한 감사 실시를 요청했습니다.

 

의회를 포함한 정치영역 전반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유엔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은 2018년 73회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정치에서의 여성폭력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할 법과 정책을 설계, 채택, 집행할 필요성이 긴급하게 그리고 실질적으로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 차원에서도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노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볼리비아는 2012년 여성에 대한 정치적 폭력과 성희롱에 대한 개별법을 세계 최초로 채택했습니다. 이 법은 선출직·임명직 공직 여성을 향한 어떤 형태의 압박, 희롱, 위협, 성적 폭력 등에 대한 제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2016년 국가선거위원회(National Electoral Institute), 연방선거법원, 선거범죄에 관한 연방검찰, 국가여성위원회 등과 함께 협력하여 정치에서 여성폭력문제를 다루는 규약(protocol)을 만들었습니다. 

 

여성 의원과 정치인, 여성 보좌관, 여성 정당인, 여성 기자 등에 대한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정치 공간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계속 방치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성평등 없이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여성의 인권과 정치적 권리 보장을 위해, 그동안 정치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정치적 권리 보장과 대표성 확대를 위해, 그리고 성평등 정치와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에서의 여성폭력을 끊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 의회도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문제의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여성폭력기본방지법, 공직선거법, 공직자윤리법, 정당법 등 기존의 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을 제정하거나 국회의원윤리강령과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개정이나 새로운 윤리강령 마련 등을 통해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문제를 법제도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의회와 정당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성차별적 관행들을 뿌리 뽑는 실천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의회에서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감수해야 하는 것만큼 비민주적인 것은 없습니다. 정치에서의 여성폭력은 여성들이 정치활동을 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cost)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의민주주의 헌법 기관으로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으로서 정치 공간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성폭력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때이며, 이를 위해 의회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근절은 성평등 의회를 만드는 기초이며, 이를 통해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는 또 한 걸음 진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국회와 광역·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실태조사 주기적으로 실시 

2. 국회와 광역·지방의회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사건 처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 개정

3. 의회와 정당 내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여성폭력 전담 상담/신고 기구 마련 

4.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 예방과 처리를 위한 지침 마련, 각급 선거관리위원과 사무처 직원 대상 교육 실시 

5.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인권/성평등 교육 강화와 교육 이수 여부 의무적으로 공개 

6.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식문서 작성, 모든 의원들의 서약 의무화 

 

2021년 11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