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정치에서의 여성폭력’에 주목해야 할까?


‘정치에서의 여성폭력(VAWP: Violence Against Women in Politics)’은 새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지만 그동안 숨겨져 왔던 현상(hidden phenomenon)입니다. 영국의 한 여성의원이 언급했듯이 “모든 사람들이 여성정치인에 대한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정치에서 활동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O’Connell and Ramshaw 2018).”


한국정치에서도 여성폭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거세진 반페미니즘(anti-feminism)에 기초한 반동(backlash)으로 인해 여성 정치인들은 정치를 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치에서 페미니즘/페미니스트는 금기어가 되어 버렸고, 페미니스트 여성×청년 정치인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유·무형의 폭력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2021년 4·7재보궐선거까지, ‘페미니즘’을 외친 여성 청년 후보들의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이 계속 훼손되는 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을 통해 여성혐오에 기초한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도 페미니스트 여성×청년 의원에게 방패막이 되지 못했습니다. 복장과 외모를 핑계로 한 성희롱 발언이 온라인을 통해 거리낌 없이 발산되고 있으며, 성추행이 실제로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양한 폭력을 경험해왔지만 이러한 사실들은 여성폭력 논의가 공론화된 지금도 대다수 침묵 속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치에서의 여성폭력은 여성학과 정치학이 교차하는 지점에 존재하지만 사실상 최근까지 양쪽 모두로부터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듀브라브카 시모노비치(Dubravka Šimonović)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은 “지금까지 정치영역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폭력 문제에 충분히 집중했다고 할 수 없”고, 정치에서의 여성폭력은 “여성의 인권과 정치적 권리에 대한 침해일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될 수 있는 다른 시각과 아이디어들을 제한함으로써 정책이 산출하는 결과를 감소시키며, 다른 여성들과 소녀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한다”며(UN Women 2018, 5),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근절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이야기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하는 데 더 큰 비용과 희생을 치러야 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결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닙니다. 여성의 정치적 권리 보장을 위해, 그동안 정치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정치적 권리 보장과 대표성 확대를 위해, 그리고 성평등 정치와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에서의 여성폭력을 뿌리 뽑을 때입니다. 


내년 2022년에는 20대 대통령 선거와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인 이 시간을 여성들의 정치적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여성/페미니스트가 안전하게 정치할 수 있는 정치판을 만들기 위해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뿌리 뽑기(Stop Violence Against Women in Politics)’ 캠페인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여성/페미니스트들의, 여성/페미니스트들에 의한, 여성/페미니스트들을 위한 정치를 만들 시간입니다. 


2021년 11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